저는 초겨울에 교토를 처음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벚꽃도 없는데 뭘 보러 가나"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첫날 저녁에 바로 깨달았습니다. 고즈넉한 골목길과 정갈한 음식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교토를 두 번 가보고 싶습니다. 한 번은 지금처럼 조용한 계절에, 그리고 한 번은 벚꽃이 만개한 4월 초에요. 같은 도시인데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 곳이 교토니까요.

벚꽃 개화시기는 언제가 최적일까
교토 벚꽃 개화시기(桜の開花時期)는 매년 기온에 따라 1~2주씩 달라집니다. 여기서 개화시기란 꽃봉오리가 처음 터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만개 이후 꽃잎이 떨어지기까지의 전체 기간을 의미합니다. 일본 기상청에서는 매년 3월부터 벚꽃 예측 정보를 발표하는데, 이 데이터가 여행 일정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출처: 일본기상청).
3월 하순에는 개화가 시작되지만 꽃이 5~30% 정도만 피어 있어서 아직 인파가 적습니다. 사진 찍기에는 아쉬운 시기지만, 조용히 교토를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오히려 괜찮은 타이밍이에요. 4월 1일부터 10일 사이가 만개 절정기로,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다만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 숙소 예약이 가장 어려운 때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출발 6개월 전에 숙소를 예약하는 걸 추천합니다. 4월 중순이 되면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른바 '꽃비'라고 불리는 이 시기도 나름의 감성이 있습니다.
교토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만개 시기는 평균적으로 4월 2일에서 7일 사이였습니다(출처: 교토관광협회). 그런데 2023년에는 3월 27일에 만개했고, 2021년에는 3월 26일이었습니다. 이처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출발 2~3주 전에 최신 예측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3월 말부터 4월 초를 겨냥해 유동적으로 일정을 잡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꼭 가봐야 할 벚꽃 명소는 어디인가
교토에는 벚꽃 명소가 수십 곳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꼭 가봐야 할 곳과 시간을 아껴도 되는 곳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가시는 분들이라면 마루야마 공원, 철학의 길, 기요미즈데라 이 세 곳은 무조건 가보셔야 합니다.
마루야마 공원의 수양벚꽃(枝垂桜)은 수령이 200년이 넘은 나무로, 밤에 조명이 켜지면 정말 압도적입니다. 여기서 수양벚꽃이란 가지가 아래로 축 늘어지는 형태의 벚꽃 품종을 말합니다. 낮에 보는 것도 좋지만, 야간 조명을 받은 모습은 사진으로 담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기온 신사와 가까워서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철학의 길은 수로를 따라 2km 이어지는 산책로인데, 양쪽에 벚꽃나무가 늘어서 있습니다. 교토 벚꽃 사진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예요. 오전 7시쯤 일찍 가면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저는 오후에 갔다가 사람에 치여서 제대로 구경도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음번에는 꼭 이른 아침에 가려고 합니다.
기요미즈데라는 교토를 대표하는 사찰로,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벚꽃 전경이 정말 장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는데, 여기서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 전체가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말합니다. 무대에서 교토 시내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일품이에요. 아침 6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니 이른 시간에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니조성과 아라시야마도 강력 추천합니다. 니조성은 성 건물과 벚꽃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독특하고, 아라시야마는 대나무 숲으로 유명하지만 벚꽃 시즌에는 강변과 산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듭니다. 도게츠교 다리에서 바라보는 벚꽃 산 풍경은 제가 본 교토 풍경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3박 4일 예산은 얼마나 필요한가
교토 벚꽃 여행 예산은 크게 항공권, 숙박, 식비, 교통비, 입장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절약형으로 가면 1인당 약 70만원, 일반형으로 가면 약 136만원 정도 예상하시면 됩니다.
항공권은 왕복 기준으로 비수기에는 30만원대도 가능하지만, 벚꽃 시즌에는 50만원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저는 3개월 전에 예약했는데도 왕복 55만원이 나왔습니다. 숙박비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3박에 20만원 정도지만, 호텔을 이용하면 45만원 이상 잡아야 합니다. 벚꽃 시즌에는 숙소 가격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뛰기 때문에 정말 일찍 예약하는 게 중요합니다.
식비는 하루 평균 2만원에서 5만원 사이입니다. 편의점이나 저렴한 식당을 이용하면 절약할 수 있지만, 교토의 정갈한 일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좀 더 여유 있게 잡는 게 좋습니다. 교통비는 버스 1일권(700엔)을 사용하면 하루 약 8,000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입장료는 대부분 사찰이 300~500엔 정도인데, 하루 3~4곳 돌면 돌면 약 1만원에서 2만원 정도 나옵니다.
제 경험상 예산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건 숙소 예약 시기입니다. 6개월 전에 예약하면 좋은 위치의 숙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잡을 수 있지만, 3개월 전만 되어도 선택지가 확 줄어듭니다. 저는 다음번에 갈 때는 무조건 6개월 전에 예약할 생각입니다.
실제 여행 일정을 짜보면 이렇습니다.
- 1일차: 오사카 간사이 공항 도착 후 하루카 특급열차로 교토역 이동, 기온 거리 산책 후 마루야마 공원 야경
- 2일차: 오전 일찍 철학의 길 산책, 기요미즈데라 방문, 저녁에 니조성 야간 벚꽃 관람
- 3일차: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과 도게츠교 다리 탐방, 오후에 다이고지 방문
- 4일차: 히라노 신사 아침 방문 후 교토역에서 간사이 공항으로 이동
교통은 시내버스를 주로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1회 요금이 230엔이고 1일권이 700엔인데, 하루에 세 번만 타도 본전이 나옵니다. IC카드(스이카나 이코카)를 미리 준비하면 매번 표를 살 필요가 없어서 편합니다.
교토 벚꽃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벚꽃 시즌의 교토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열 배는 더 아름답다는 겁니다. 천년 고도의 절과 골목길, 강변을 가득 채운 분홍빛 벚꽃은 어떤 여행지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풍경이에요. 무엇보다 가까운 나라여서 짧은 비행시간으로 피로도 적지만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벚꽃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고즈넉한 도시입니다. 조용한 도시 교토에서 절대 조용하지 않은 분홍빛 화려한 벚꽃의 향연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