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으면 가평·춘천 여행은 포기해야 할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차와 배만으로 1박 2일을 돌아보고 나서, 오히려 자가용보다 훨씬 여행다운 여행이 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동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코스, 가평·춘천이 딱 그런 곳이었습니다.

기차+유람선 조합, 왜 이게 핵심인가
이 코스의 핵심은 교통수단 자체에 있습니다. ITX-청춘(Inter-city Train eXpress)을 이용하면 청량리역에서 가평역까지 약 1시간이면 닿습니다. 여기서 ITX란 도심과 근교를 빠르게 잇는 좌석 지정형 광역 급행열차를 말합니다. 일반 전철처럼 서지 않고 주요 역에만 정차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확 줄어들고, 무엇보다 좌석이 확보되니 서서 가는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편도 요금은 약 6,800원으로, 고속버스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제가 직접 타봤을 때 예상보다 훨씬 쾌적했습니다. 창밖으로 한강이 북한강으로 바뀌는 지점부터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부터 이미 여행 모드가 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평에 도착하면 도보 15분 거리에 자라섬 선착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남이섬으로 가는 페리(Ferry)를 탑니다. 페리란 일정한 항로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을 뜻합니다. 소요 시간은 약 5분에 불과하지만, 강 위에서 바라보는 수변 풍경은 짧은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입장료 포함 왕복 기준 성인 약 16,000원이고, 수시로 운항하니 시간표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됩니다.
이 코스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다음 날 아침입니다. 가평 선착장에서 춘천까지 올라가는 유람선(遊覽船)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유람선이란 관광을 목적으로 경치 좋은 수로를 따라 운항하는 선박을 말하는데, 이 구간은 북한강 수계(水系)를 따라 올라가며 양쪽으로 겹겹이 쌓인 산세가 펼쳐지는 35분짜리 파노라마입니다. 함께 간 일행 중 하나가 "기차 타고 외국 온 것 같다"고 했을 때, 저도 솔직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편도 요금은 약 20,000원입니다.
한 가지 꼭 짚어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유람선은 계절과 요일에 따라 운항 횟수가 달라지고, 겨울철에는 운항이 아예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 코스를 계획한다면 가평 관광 안내소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제 경험상, 이걸 모르고 갔다가 배를 놓치면 코스 전체가 꼬입니다.
이 코스에서 교통 수단을 선택할 때 고려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ITX-청춘: 주말에는 매진되기 쉬우므로 코레일 앱으로 사전 예약 권장
- 남이섬 페리: 성수기 주말 오전에는 매표소 대기가 길 수 있으므로 남이섬 공식 앱 사전 구매 활용
- 가평↔춘천 유람선: 봄·가을 주말 기준 오전 2~3회 운항, 출발 전 시간표 필수 확인
- 귀경 열차: 성수기에는 귀경 편 ITX도 조기 매진되므로 왕복 동시 예약이 안전
먹거리와 숙박, 이렇게 해결하면 됩니다
가평·춘천 여행에서 식비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이 코스의 대표 식사는 닭갈비인데,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의 경우 1인분 기준 약 12,000원 선이고, 막국수 세트로 구성된 곳이 많아 한 끼로 두 가지 향토 음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막국수란 메밀을 주원료로 만든 면 요리로, 동치미 국물이나 양념장에 비벼 먹는 강원도의 전통 향토 음식입니다. 닭갈비의 매콤한 여운이 남은 입에 막국수의 서늘한 국물이 만나면 조합이 꽤 좋습니다.
남이섬 내 식당은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가격이 외부보다 조금 높은 편입니다. 제가 직접 가봤을 때 섬 안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보다, 간단히 잣 아이스크림이나 분식으로 때우고 섬을 나온 뒤 가평 닭갈비 골목에서 식사하는 편이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가평 닭갈비는 춘천과 비교해 양념이 조금 더 달고 야채가 풍성한 편이니, 두 곳을 모두 경험해보고 본인 입맛에 맞는 스타일을 찾는 재미도 있습니다.
숙박은 가평천 또는 북한강변 뷰 펜션을 추천합니다. 강 바로 앞에 자리한 펜션에서 보이는 저녁 풍경은 서울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종류의 고요함입니다. 1인 기준 분담 비용은 약 40,000~60,000원 선으로, 같은 돈으로 서울 시내 호텔을 잡는 것보다 훨씬 질 좋은 숙박 경험이 가능합니다.
여행 비용 전체를 따져보면 교통·입장료·숙박·식비를 모두 합해 1인 기준 약 134,000~164,000원 수준입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의 국내 평균 지출은 1박 2일 기준 약 15만원~20만 원대로 집계되며 이 코스는 그 범위 안에서도 교통 경험이 가장 풍부한 편에 속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베스트 시즌을 고르자면 봄(4~5월)과 가을(10~11월)입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통계에 따르면 ITX-청춘의 가평·춘천 구간 이용객은 10월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시기에는 열차 예약 경쟁도 가장 치열합니다(출처: 한국철도공사). 10월에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도 성수기 혼잡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 시기를 노린다면 열차와 숙소 예약을 한 달 이상 앞서 잡아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이 코스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유명 명소가 아니라 유람선 위에서 보낸 35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강바람 맞으면서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인데, 그게 여행 전체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동이 목적지가 되는 여행, 가평·춘천이 그런 드문 코스입니다.
가평·춘천 코스는 차 없이도 충분히 알찬 여행이 가능하고, 비용 대비 경험의 밀도도 높습니다. 다만 유람선 시간표 확인과 성수기 열차·숙소 예약은 미리 챙기지 않으면 일정이 어긋나기 쉽습니다. 주말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먼저 코레일 앱에서 ITX-청춘 좌석부터 잡아두는 것, 그게 이 코스의 첫 번째 시작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