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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광열차 (바다열차, O-train, 남도해양열차)

by mashaland 2026. 5. 6.

처음 바다열차를 탔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강릉을 출발해 정동진을 지나는 순간, 파도가 열차 창문 방향으로 그대로 부서졌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달리는 그 시간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바다열차·O-train·남도해양열차, 세 열차가 가진 각자의 얼굴

 국내 관광열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먼저 설명드리고 싶은 건, 이 열차들이 단순히 좌석이 예쁜 기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각 열차는 파노라마 창(panoramic window)을 핵심 설계 요소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파노라마 창이란 일반 열차보다 유리 면적을 두 배 가까이 넓혀 차창 밖 경관이 마치 스크린처럼 펼쳐지도록 만든 구조를 말합니다. 바다열차가 특히 이 설계를 잘 살린 열차입니다.

 

 바다열차는 강릉역과 삼척해변역 사이 약 60km를 1시간 10분 만에 잇는 노선입니다. 요금은 편도 8,000원에서 18,000원 수준이고, 코레일 홈페이지나 앱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예약할 때 좌석 방향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강릉 출발 기준 왼쪽인 A·B석이 바다 방향으로, 이쪽 좌석은 예약 오픈 직후 빠르게 마감됩니다. 제가 직접 예약해봤는데, 출발 3주 전에도 창가 바다 방향 자리는 이미 없었습니다. 되도록 한 달 전 예약을 기준으로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O-train은 결이 다른 열차입니다. 청량리에서 부전(부산)까지 백두대간을 종관(縱貫)하는 노선입니다. 종관이란 지형의 긴 축을 따라 끝에서 끝까지 관통하는 방식을 뜻하는데, 백두대간의 능선과 협곡을 따라 달린다는 의미에서 이 표현이 딱 맞습니다. 전 구간 탑승 시 7~8시간이 소요되고, 서울~부전 전 구간 요금은 약 5만 원 전후입니다.

 

 제가 직접 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추전역이었습니다. 추전역은 해발 855m에 위치한 국내 최고(最高) 기차역입니다. 플랫폼에 잠깐 내려서 숨을 쉬는데, 공기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고원 특유의 투명하고 서늘한 냄새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게 뭔지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협곡 구간에서는 앞 열차 칸이 반대 방향으로 꺾여 보이는 장면도 있었는데, 스위치백(switchback) 운행 방식 때문입니다. 스위치백이란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 열차가 방향을 전환하며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일반 노선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처음 보는 분들은 당황하기도 합니다.

 

 남도해양열차(S-train)는 서울, 목포, 여수 방면을 오가며 전라남도 남도의 풍광을 담은 테마열차입니다. 보성 녹차밭 구간을 지날 때 열차 속도가 살짝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고, 그 순간 옆자리 어르신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차 안에서 육회비빔밥이나 꼬막비빔밥 같은 남도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이 열차만의 특징입니다. 탑승객 연령대가 높은 편이어서 열차 분위기 자체가 느릿하고 편안했고, 그 느낌이 여행 전체 톤을 결정했습니다.

 

관광열차 정보
국내 관광열차

 

 세 열차를 직접 타보고 나서 정리한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 관광열차를 경험한다면: 바다열차 (소요 시간 짧고, 동해 바다라는 명확한 볼거리)
  • 오지 감성과 긴 여정을 즐기고 싶다면: O-train (백두대간 협곡, 가을 단풍·겨울 설경 최고)
  • 부모님 효도여행이나 여유로운 남도 감상을 원한다면: 남도해양열차 (차내 식사 서비스, 중장년층 친화적 분위기)

 국내 관광열차의 연간 탑승객 추이를 보면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관광열차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철도공사 코레일). 관광열차는 주말과 공휴일 위주로 운행 일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출발 전 운행 날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관광열차가 모든 여행자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 직접 겪어보니

 관광열차가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뚜렷한 한계도 있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예약 난이도입니다. 관광열차는 주말·공휴일 위주로 운행하기 때문에 수요가 특정 날짜에 집중됩니다. 성수기엔 일반 관광객과 철도 사진 동호회까지 몰려 조용한 여행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코레일 예약 시스템에서는 출발 1개월 전 기준 예약이 열리는데, 인기 열차의 창가 좌석은 오픈 당일 소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행 스케줄 유연성도 낮습니다. 코레일에서는 관광열차를 '테마열차' 카테고리로 별도 운영하며 일반 무궁화호·KTX와 다른 예약 체계를 씁니다(출처: 코레일 관광열차 안내). 원하는 날짜에 좌석이 없다면 날짜를 바꾸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 경험상 이건 분명합니다. 관광열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감상 공간'입니다. 일반 KTX나 ITX-새마을처럼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효율 중심 열차와는 설계 철학 자체가 다릅니다. 여기서 ITX-새마을이란 인터시티 트레인(Inter-city Train)의 약자로, 주요 도시 간을 연결하는 준고속 열차를 의미합니다. 관광열차가 속도를 낮추고 경관을 보여주는 것과 정반대의 방향성입니다.

 O-train처럼 7~8시간 코스는 체력 안배가 필요하지만, 그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과 나눈 이야기, 추전역에서 잠깐 맡은 고원의 공기, 그리고 협곡을 달리며 열차 안에서 먹은 간식 한 봉지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목적지에서 찍은 사진보다 달리는 중에 찍은 창밖 사진을 더 자주 꺼내 보게 되는 여행이었습니다.

 

 관광열차를 타기로 결심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코레일 앱을 깔고 예약 오픈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두는 것을 권합니다. 늦게 움직이면 원하는 좌석은커녕 원하는 날짜 자체를 놓칩니다.


 세 열차를 모두 타본 지금,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국내에서 이만한 여행 밀도를 주는 이동 방식은 드뭅니다. 처음이라면 소요 시간이 짧고 예약 진입장벽이 낮은 바다열차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한 번 타보면 다음 열차가 궁금해지고, O-train 가을 단풍 구간과 남도해양열차 보성 녹차밭 창가를 자연스럽게 찾게 됩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samchi92/22419757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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