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여행을 계획하면서 "새벽 경매를 구경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경매는 등록된 상인들만의 공간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새벽 4시에 속초항에 서보니, 그런 걱정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었는지 금세 알게 됐습니다. 일반 여행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그 경험이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입장 방법 — 일반인도 정말 들어갈 수 있나요?
수산시장 경매 구경을 검색하다 보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상인 동행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섞여 있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속초수산시장은 별도의 예약 없이 현장에서 직원 안내를 받는 것만으로도 관람 구역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성수기나 단체 방문의 경우 시장 관리사무소(033-635-8433)에 미리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경매가 열리는 시간은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입니다. 기상 상황이나 어획량에 따라 시작 시각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 저처럼 새벽 3시 반에 숙소를 나서는 각오 정도는 필요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 '이 나이에 새벽잠을 줄여가며 굳이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문 앞에서 두 번 정도 든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경매장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망설임이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데, 대중교통이 새벽 시간대에는 운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며, 시니어 여행자에게는 이 부분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관광청이나 속초시 공식 관광 안내(출처: 속초시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접근 교통수단에 대한 안내가 좀 더 보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입장료 무료, 별도 예약 없이 현장 방문 가능 (성수기 사전 문의 권장)
- 운동화 또는 장화 착용 필수 — 경매장 바닥은 생각보다 많이 미끄럽습니다
- 카메라 촬영 가능, 단 플래시 사용은 자제할 것
- 경매 구역에 직접 진입하거나 어패류를 만지는 행위는 금지
- 교통편은 자가용 또는 택시 이용 — 대중교통 새벽 미운행
경매 현장 —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경매장 안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대형 스티로폼 박스와 어상자가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갓 잡아 올린 가자미, 오징어, 도루묵, 명태 등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비린내와 짠 바람이 한데 섞인 공기 — 처음엔 조금 강하게 느껴졌지만, 5분쯤 지나니 오히려 이 냄새가 "살아있는 현장"의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속초수산시장에서 진행되는 경매 방식은 우리가 TV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가격을 올려 부르는 상향식 경매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하향식 경매, 즉 더치 옥션(Dutch Auction) 방식이 사용됩니다. 더치 옥션이란 경매사가 높은 가격에서 시작해 점점 낮춰 부르고, 상인이 원하는 가격에 먼저 응찰하면 낙찰되는 방식입니다. 빠른 거래와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수산물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방식이기도 합니다.
경매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처음엔 암호처럼 들렸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빠를 것이다"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단어 하나하나가 거의 뭉개질 정도로 빠른 속도였습니다. 그때 옆에 서 계시던 60대 후반의 상인 어르신이 "저게 도루묵 한 박스에 2만 원에 낙찰된 거요"라고 귀띔해 주셨는데, 그 한마디 덕분에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인들은 눈짓이나 손짓 하나로 낙찰 의사를 표시하는 응찰(bidding) 신호를 보내는데, 여기서 응찰이란 경매에서 특정 가격에 구매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40분을 지켜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수산물 경매 문화는 우리나라 수산업 유통 구조의 핵심 단계입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수산물 위판(위탁 판매, 어민이 어획물을 시장에 맡겨 경매로 판매하는 제도)을 통한 거래 비중은 전체 수산물 유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산지 어시장 경매가 최종 소비자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해양수산부 공식 홈페이지). 그러니까 제가 새벽에 구경한 그 짧은 경매 한 장면이, 식탁 위 생선 가격을 결정하는 실제 현장이었던 셈입니다.
관람 팁 — 이걸 알고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경매가 끝난 직후, 저는 바로 옆 시장 통로에서 갓 경매를 마친 오징어로 만든 회 한 접시를 샀습니다. 그 신선함은 말로 설명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회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경매 직후 시장 안 점포를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어획한 지 몇 시간도 안 된 수산물을 바로 손질해 먹는 경험은, 어지간한 고급 횟집에서도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인 관람 체계가 아직 충분히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처음 도착했을 때 입구가 어디인지,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안내 표지판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두 번이나 다른 직원에게 물어봐야 했어요.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경매 현장 자체의 완성도에 비해 방문자 안내 시스템은 아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무조건 먼저 관리사무소 직원을 찾아 "관람 가능한지, 어디로 이동하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그다음은 관람 구역에서 현지 상인분께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보세요. 제 경우처럼 생각지도 못한 친절한 해설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경매가 끝난 뒤 시장 안 점포에서의 장보기나 즉석 식사는 이 경험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 도착 후 관리사무소 직원을 먼저 찾아 관람 구역 확인 — 안내 표지판이 부족하므로 직접 물어보는 것이 빠릅니다
- 현지 상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경매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경매 종료 직후 시장 내 점포에서의 즉석 구매 — 신선도 면에서 최고의 타이밍입니다
- 방한복은 필수 — 새벽 항구는 체감 기온이 예상보다 훨씬 낮습니다
새벽 4시의 속초항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관광지로서의 속초가 아니라, 실제로 생계가 오가는 현장 — 그것을 40분 동안 옆에서 지켜보고 나니 여행의 온도가 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속초에 가실 계획이 있다면, 하루 정도 숙박 일정을 잡고 새벽 경매 구경을 동선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잠 한 시간 줄이는 게 아깝지 않을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