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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크로아티아 여행 (성벽 투어,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by mashaland 2026. 4. 24.

오전 7시 30분, 두브로브니크 성벽 위에 올라섰습니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밀려오기 전이었고, 아드리아해는 남색에서 코발트블루로 막 물드는 중이었습니다. 그 색을 정확히 뭐라고 부를 수 없었는데, 보고 있으면 그냥 알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색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 됩니다. 크로아티아는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해외여행-크로아티아 여행
(성벽투어,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여행 정보
크로아티아

성벽 투어와 두브로브니크 — 언제 가느냐가 절반을 결정합니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유산을 의미합니다. 두브로브니크가 이 등재 기준을 충족하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중세 성곽 도시의 형태가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성벽 투어는 총 둘레 약 2km를 걸으며 아드리아해와 구시가지를 동시에 내려다보는 코스입니다. 저도 처음엔 2km라는 거리가 그리 길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걸어보면 오르막 계단 구간이 꽤 있고, 여름이라면 그늘 없는 구간에서 체력이 꽤 소모됩니다. 중장년 여행자라면 이른 아침 선선한 시간대를 노리는 것이 단순한 팁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입니다.

 

이 부분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두브로브니크를 7~8월에 방문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선택을 솔직히 권하기 어렵습니다. 크루즈 관광객(cruise passenger)이란 항구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에서 하루 단위로 내려 도시를 관람하는 관광객을 말하는데, 성수기에는 하루에만 수천 명이 구시가지에 쏟아집니다. 실제로 두브로브니크 시는 관광 집중화 문제로 크루즈 입항 규모를 조절하는 방안을 논의해 온 바 있습니다(출처: 두브로브니크 공식 관광청). 성벽 위에서 줄을 서며 한 발씩 이동하는 경험은, 아무리 절경이어도 감동이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5월이나 9월이 같은 돈으로 열 배는 더 잘 즐길 수 있는 시기입니다.

두브로브니크 여행 시 체크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벽 입장은 오전 7~8시 사이를 노릴 것 (성수기 기준)
  • 스르지산(Srđ) 케이블카는 일몰 30분 전 탑승이 가장 아름다움
  • 로크룸(Lokrum) 섬 페리는 구시가지 항구에서 약 15분, 스노클링과 산책 모두 가능
  • 플라차(Placa) 거리는 낮보다 밤 조명이 켜진 시간대가 분위기가 전혀 다름
  • 숙박은 구시가지 외곽 버스 15~20분 거리를 이용하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음

플리트비체와 스플리트 — 자연과 역사가 현실을 비현실처럼 만드는 곳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čka jezera)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UNESCO World Natural Heritage)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세계자연유산이란 지질학적·생태학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지닌 자연 지형에 부여하는 국제 보호 지위입니다. 크로아티아 내륙에 위치한 이 공원은 에메랄드빛과 터콰이즈빛이 섞인 16개의 계단식 호수가 폭포로 이어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진을 많이 보고 갔는데도, 나무 데크 위를 걸으며 발아래로 흐르는 물 색깔을 보는 순간 '이게 진짜 색인가' 하고 몇 번을 의심했습니다. 에메랄드빛이 나오는 이유는 석회암 지형에서 유래한 석회질 침전물(travertine)이 물속에서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입니다. 트래버틴이란 탄산칼슘이 퇴적되어 형성된 석회암의 일종으로, 이 공원에서는 폭포와 호수 경계면 곳곳에서 새로운 트래버틴 장벽이 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벨리키 슬랍(Veliki Slap) 폭포는 높이 약 78m로 크로아티아 최대 규모의 폭포입니다. 멀리서도 물소리가 들렸고, 가까이 다가서니 물보라가 얼굴을 적셨습니다. 그 차갑고 시원한 감각은 지금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체력이 걱정된다면 하부 호수 집중 코스(약 2~3시간)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상부 호수는 트레킹 경사가 있어 무릎에 부담이 올 수 있고, 하부 호수 구간만으로도 이 공원의 핵심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스플리트(Split)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Diocletian's Palace) 안에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습니다. 4세기 로마 황제가 은퇴 후 거주하기 위해 지은 공간의 기둥 사이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경험은, 유럽 여행이 주는 감각 중에서도 꽤 독특한 종류에 속합니다. 이 궁전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궁전 내부에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상점과 레스토랑이 영업하는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입니다. 살아있는 유산이란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일상과 단절되지 않고 공존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런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궁전 일대를 포함한 스플리트 역사 지구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식 사이트).

 

항공비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직항이 없고 경유 1회가 기본입니다. 항공비만 80~120만 원 선을 잡아야 합니다.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와 묶어서 일정을 짜면 경유지를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어 비용 대비 효율이 올라갑니다. 부담이 크더라도 한 번쯤은 반드시 가봐야 할 나라라는 생각은 다녀온 뒤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크로아티아는 2023년부터 유로(EUR)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습니다. 별도의 쿠나(kuna) 환전 없이 유로 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행 준비 부담을 줄여줍니다. 5~6월 또는 9월, 편한 신발, 그리고 이른 아침에 일어날 각오. 이 세 가지가 크로아티아 여행의 실질적인 준비물입니다. 두브로브니크 성벽 위에서 아드리아해를 혼자 바라보는 그 아침 빛은, 가보지 않으면 어떤 사진으로도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aotearoa_/140161179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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